
우리는 흔히 수학을 타고난 지능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천재들의 전유물'이라 믿곤 합니다. 하지만 2022년 한국계 수학자 최초로 필즈상을 거머쥔 허준이 교수의 행보는 이러한 편견을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그의 성취는 번뜩이는 영감의 결과라기보다, 보이지 않는 길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걸어간 수학적 끈기(Mathematical Resilience)의 승리였습니다. 허준이 교수의 철학과 앤드루 와일즈의 집념을 관통하는 이 끈기는 어떻게 길러지는 것일까요? 단순히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을 넘어, 문제를 대하는 전략과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5가지 실천적 습관을 통해 그 비밀을 파헤쳐 봅니다.
1. '모르는 상태'를 견디는 힘: 몰입 시간의 설정
수학적 끈기를 형성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방해물은 역설적이게도 '친절한 해설지'입니다. 문제를 보자마자 풀이법이 떠오르지 않을 때 곧바로 해설을 확인하는 습관은 뇌가 스스로 논리적 길을 개척할 기회를 박탈합니다.
앤드루 와일즈는 수학자의 삶을 "캄캄한 방에 들어가 벽을 더듬으며 스위치를 찾는 과정"이라고 묘사했습니다.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은 암흑 속에서도 공포에 질리지 않고 벽을 더듬는 인내입니다. 이를 위해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 최소 15분에서 30분 동안은 해설지를 보지 않는 '강제 몰입 시간'을 설정해야 합니다. 정답을 내지 못해도 좋습니다. 문제를 이해하려 애쓰고, 알고 있는 개념을 이리저리 대입해 보는 과정 자체가 뇌의 신경 회로를 강화하고 끈기의 근육을 키우는 실질적인 훈련이 됩니다.
2. 거대한 벽을 벽돌로 쪼개기: 청킹(Chunking) 전략
60년 된 난제였던 '로타 추측'과 같은 거대한 문제는 그 압도적인 규모만으로도 우리를 위축시킵니다. "이 문제를 한 번에 풀어야 한다"는 강박은 심리적 압박감을 유발하고 결국 포기로 이어집니다. 허준이 교수가 복잡한 난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문제를 해결 가능한 아주 작은 단위로 나누는 능력이었습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청킹' 기술을 수학에 도입해 보십시오. "문제를 풀자"는 거창한 목표 대신, "주어진 조건 3가지를 수식으로만 변환해 보자"거나 "간단한 숫자를 대입해 어떤 규칙이 나오는지 살펴보자"와 같은 작은 목표를 세우는 것입니다. 이러한 작은 성공의 경험(Small Win)이 쌓일 때, 우리 뇌는 도파민을 분비하며 다음 단계로 나아갈 에너지를 얻습니다. 끈기는 거대한 의지력이 아니라, 작은 성취들이 연결된 결과물입니다.
3. 논리의 구멍을 찾는 메타인지: '왜'를 설명하는 습관
수학은 99%를 맞았어도 마지막 1%의 논리가 어긋나면 전체가 무너지는 냉혹한 학문입니다. 단순히 공식을 암기해 답을 맞히는 '기술'로는 결코 깊은 끈기를 가질 수 없습니다. 허준이 교수가 강조하는 수학의 아름다움은 논리적 완결성에서 옵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푼 뒤, 빈 종이에 풀이 과정을 보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타인에게 설명하듯 적어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메타인지 학습법입니다. 막힘없이 설명할 수 있다면 그 개념은 온전히 나의 것이 된 것이지만, 만약 특정 지점에서 머뭇거리게 된다면 그곳이 바로 나의 논리적 끈기가 부족한 지점입니다. 자신의 약점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보완하는 과정에서 수학적 사고의 깊이는 더해집니다.
4. 의도적 휴식: 뇌를 쉬게 하는 것도 공부다
허준이 교수의 일과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가 하루에 단 6시간 정도만 연구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산책을 하며 보낸다는 점입니다. 끈기는 무조건적인 노동이 아닙니다. 오히려 효율적인 집중을 위한 '의도적인 휴식'이 필수적입니다.
도저히 풀리지 않는 문제를 붙잡고 머리를 쥐어뜯는 대신, 잠시 산책을 하거나 잠을 자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뇌는 쉬는 동안에도 무의식 속에서 정보를 재조합하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를 가동합니다. 앤드루 와일즈 역시 산책 중에 결정적인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회고했습니다. 끈기 있게 문제를 붙잡는다는 것은 24시간 깨어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리듬 속에 문제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5. 실패의 감정까지 담아내는 '오답 너머의 기록'
마지막으로, 실패를 대하는 자세를 바꿔야 합니다. 단순히 틀린 문제를 다시 푸는 오답 노트를 넘어, 자신의 사고 과정을 기록하는 '성찰 노트'를 작성해 보십시오. "내가 어떤 개념을 착각했는지", "막혔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으며 이를 어떻게 극복하려 했는지"를 상세히 적는 것입니다.
자신의 실패 과정을 데이터화하면, 다음에 비슷한 난관에 부딪혔을 때 두려움이 줄어듭니다. '예전에도 이런 기분이었지만 결국 찾아냈었지'라는 기억이 자존감을 지켜주고, 다시 도전할 용기를 줍니다. 실패는 정답의 반대말이 아니라, 정답으로 가는 과정의 일부임을 기록을 통해 확인하는 것입니다.
결론: 인간의 의지를 증명하는 학문
수학은 숫자를 다루는 학문이 아니라, 인간의 의지를 증명하는 학문입니다. 허준이 교수가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필즈상이라는 화려한 메달이 아니라, 60년의 침묵을 견뎌낸 끈기의 가치였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5가지 습관은 비단 수학 문제를 푸는 기술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는 우리가 인생의 난제를 만났을 때 어떻게 어둠 속에서 스위치를 찾을 것인가에 대한 답변이기도 합니다. 끝까지 푸는 힘, 그것이야말로 수학이 우리 삶에 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유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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