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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음으로 수식을 품다: 허준이가 증명한 '끝까지 푸는 힘'의 가치

math-drawinu 2026. 1. 5. 19:49

암흑 속에서 스위치를 찾는 힘, 수학적 끈기라는 위대한 여정

수학은 흔히 천재들의 전유물로 여겨집니다. 번뜩이는 영감 한 번에 복잡한 수식이 풀리고, 세상의 진리가 눈앞에 펼쳐지는 마법 같은 장면을 상상하곤 합니다. 하지만 수학의 역사를 관통하는 진짜 키워드는 천재성이 아니라 끈기입니다. 최근 한국계 수학자 최초로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교수의 사례나, 358년 동안 인류를 괴롭힌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끝내 풀어낸 앤드루 와일즈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한 가지 공통된 교훈을 줍니다. 수학적 성취는 머리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펜을 놓지 않은 사람의 몫이라는 사실입니다.


1. 수학적 끈기란 무엇인가: 고통을 견디는 힘

수학적 끈기(Mathematical Resilience)란 난관에 부딪혔을 때 포기하지 않고 논리적 사고를 지속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수학 문제를 풀다 보면 반드시 막히는 지점이 생깁니다. 이때 대다수는 '나는 수학에 재능이 없나 봐'라며 책을 덮습니다. 하지만 수학자들에게 이 지점은 포기의 순간이 아니라 본격적인 탐구가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앤드루 와일즈는 자신의 연구 과정을 캄캄한 방에 들어가는 것에 비유했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방에서 가구에 부딪히고 넘어지며 벽을 더듬다 보면, 어느 순간 전등 스위치의 위치를 찾게 됩니다. 불이 켜지는 순간 모든 것이 명확해지지만, 그 스위치를 찾기까지의 길고 어두운 시간, 즉 '알 수 없는 상태'를 견뎌내는 힘이 바로 수학적 끈기의 본질입니다.


2. 허준이의 사례: 늦게 피어난 꽃이 증명한 끈기

60년 된 난제인 로타 추측을 해결한 허준이 교수의 여정은 특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는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은 수학자가 아니었습니다. 고교 시절 자퇴를 고민하고, 시인을 꿈꾸던 청년이 뒤늦게 수학에 매료되어 세계 최고의 석학이 되기까지 그를 지탱한 것은 문제를 대하는 태도였습니다.

그는 하루에 대여섯 시간 동안 집중해서 문제를 고민하고, 남은 시간은 뇌를 쉬게 하며 무의식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내버려 두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오래 앉아 있는 무식한 끈기가 아니라, 문제를 자신의 삶 일부로 받아들이고 끝까지 추적하는 전략적 끈기였습니다. 그가 서로 다른 학문인 조합론과 대수기하학을 연결할 수 있었던 것도, 한 분야에서 막혔을 때 포기하는 대신 다른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보며 수년 동안 집요하게 파고들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또한, 허준이 교수의 공부법 중 하나인 매일 일정한 양의 몰입은 현대인들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그는 스스로를 '느린 학습자'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빠르게 해치우는 공부가 아니라, 단 한 문장을 읽더라도 완벽하게 이해될 때까지 다음으로 넘어가지 않는 그 집요함이 결국 60년 동안 그 누구도 보지 못했던 연결고리를 찾아내게 만든 동력이었습니다.


3. 실패의 역사: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 도전한 거인들

수학적 끈기는 단 한 사람의 영웅담이 아니라, 수많은 실패가 쌓여 만들어진 거대한 성입니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풀기 위해 앤드루 와일즈 이전에 수많은 거인이 도전했습니다. 18세기 최고의 수학자 오일러는 n=3인 경우를 증명하기 위해 평생을 바쳤고, 여성 수학자 소피 제르맹은 혁신적인 접근법으로 n이 특정한 소수일 때의 증명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 모두 '완벽한 증명'이라는 최종 목적지에는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만약 그들이 자신의 실패를 부끄러워하며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면, 앤드루 와일즈의 승리도 없었을 것입니다. 앤드루 와일즈가 1993년 발표 후 오류를 발견했을 때 느꼈을 절망감은 상상조차 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그는 그 오류조차 '문제의 일부'로 받아들였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의 결점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수정한 끝에 얻어낸 결과는, 단순한 정답을 넘어 인간 정신의 승리를 상징하게 되었습니다.


4. 수학적 완결성과 뇌의 성장

수학적 끈기가 다른 분야의 인내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논리적 완결성에 있습니다. 수학은 99%를 맞았어도 마지막 1%의 논리가 어긋나면 전체가 무너지는 학문입니다. 이 냉혹한 규칙은 반대로 우리에게 가장 강력한 성취감을 선사합니다.

현대 뇌과학에 따르면, 어려운 수학 문제를 해결하려고 끙끙대는 동안 뇌의 전두엽과 두정엽 사이의 연결망이 강화된다고 합니다. 정답을 맞히지 못하더라도, 그 문제를 '끝까지 풀려고 노력하는 과정' 자체에서 지능의 실질적인 성장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즉, 수학적 끈기는 지능의 결과물이 아니라 지능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입니다.


5. 우리 삶에 필요한 수학적 끈기

우리가 모두 수학자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수학적 끈기는 복잡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태도입니다. 정보가 넘쳐나고 변화가 빠른 세상에서, 본질을 꿰뚫기 위해 깊이 고민하고 끝까지 답을 찾아내려는 자세는 그 자체로 강력한 경쟁력이 됩니다.

우리는 너무 쉽게 '빠른 정답'을 요구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검색 한 번이면 나오는 지식에 익숙해진 나머지, 스스로 생각하며 막다른 길에 다다랐을 때의 답답함을 견디지 못합니다. 하지만 진짜 가치 있는 발견은 늘 그 답답함 너머에 숨어 있습니다. 수학 문제를 풀 때의 그 끈질긴 태도는 삶의 난제를 만났을 때도 동일하게 작용합니다. 당장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인생이 실패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저 '캄캄한 방'에서 스위치를 찾는 중일 뿐입니다.

허준이 교수가 보여준 것처럼, 남들보다 조금 늦더라도, 혹은 정해진 길을 벗어나더라도 자신이 선택한 문제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힘이 있다면 우리는 반드시 자신만의 필즈상을 거머쥐게 될 것입니다. 결국 수학은 숫자를 다루는 학문이 아니라, 인간의 의지를 증명하는 학문입니다. 끝까지 푸는 힘, 그것이야말로 수학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입니다.


마지막으로.

  1. 로타 추측: 1964년 로타(Gian-Carlo Rota)가 제시한 이래 약 60년간 미해결 상태였으며, 허준이 교수가 대수기하학의 도구를 사용하여 해결했습니다.
  2. 허준이 교수의 배경: 실제로 시인이 되고 싶어 고등학교를 자퇴한 이력이 있으며, 서울대학교 학사 시절에도 물리천문학을 전공했습니다.
  3. 필즈상: 만 40세 미만의 수학자에게 4년마다 수여되며, 허준이 교수는 2022년 한국계 최초로 수상했습니다.
  4. 앤드루 와일즈의 수정: 1993년 오류 발견 후 1994년 최종적으로 보완된 논문을 완성하여 358년의 난제를 종결지었습니다.